성장과 분배에 대해 이야기함에 있어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파이를 먼저 키운 후에, 더 커다란 파이가 되면 나눠먹자"는 말은 사실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파이를 키우는 동안 누군가는 계속 먹고있다는 점과 파이에도 소유권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이 반영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단 당분간은 나 혼자 먹고, 나중에 같이 나눠먹자. 그때 가서는 내것도 좀 나눠줄게"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마치 자식이 많은 집에서 첫째를 밀어주던 과거 어느 시절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파이를 얼마만큼 크게 만든 후에 나눠먹어야 하는가?"보다는, "먼저 파이를 먹기 시작한 사람이 이후에 얼마나 큰 파이를 구워줄 것인가?"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사실 첫째를 밀어주다 보면 둘째나 셋째는 첫째 덕을 별로 못볼 수도 있다. 첫째가 자리잡기 전에 이미 대학진학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린 동생들은 덕을 좀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확실하게 보장되지는 않는다. 국가 내부에서 파이를 나눠먹는 과정도 비슷하다. 누군가가 먼저 파이를 먹으며 커가는 동안에 파이에 손댈 수 없었던 사람들은 끝내 파이맛을 보지 못할 수 있다.국가 내부에서 파이를 나눠먹는 과정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파이가 어느 정도 커진 후에는 나눠먹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는 파이가 커지는 과정에서 파이의 소유권이 생겨난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다. 첫째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구워내는 파이는 이제 첫째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파이가 분명 커지는 것은 맞지만, 그 소유권 역시 더더욱 명백해진다. 내 것임이 명백한데 왜 남들과 나눠먹어야 하는가? 처음에 주어진 파이를 먹을 수 없었던 것이 결국은 파이굽기 기술을 배우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파이를 소유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안되겠다 싶을 때가 되었다고 해도 이미 소유권이 확정된 파이를 강제로 나눠주게 할 수는 없다. 물론 일정 시점 이후에 굽는 파이의 일부는 다른 이들과 나눠먹도록 강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를 통해 거대한 파이공장에서 나눠주는 파이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을 먹고서 커다란 파이공장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방식으로는 이미 쌓여있는 파이의 격차를 줄일 수가 없다. 파이 키우기의 함정은 여기에 있다. 파이를 키울 때에는 "우리의 파이"인 것처럼 보이지만, 파이를 나눌 때가 되면 그 파이는 이미 누군가의 소유물인 것이다. 파이가 커지는 것은 맞지만, 나눠먹을 파이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파이를 키워야 할 때라는 말에서 그 '아직'이 무한한 생명력을 갖는 이유도, 경제는 분명히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눠먹을 파이가 없는 이유도 모두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파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실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이란 없다. 이는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이고 개개인의 판단이 모여 합의를 이루는 것으로만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으며, 그 결론이라는 것 역시도 지극히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파이를 키우기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에도 이후에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규칙을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혼자먹는 파이의 맛을 본 사람에게 파이나누기를 기대하기에는 파이가 너무 달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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